#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잠언은 프랑스의 문예가인 P. 발레리의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간단명료한 언술이다. 이 한 마디에 대한 격한 편애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부터 비롯된 잡다한 고민들의 맹아가 실존철학으로 옮겨 가면서 더욱 심화되었던 소싯적의 지적편력과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왜소하고 분열적인 주체가 광대한 세계와 직면하고 또 영향을 받는 것은 필연이지만 그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존엄과 삶의 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을 저렇게 간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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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야... 시험은 사람을 가장 '사는 대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잖아?
그리고 지금은 시험기간이고 말이야.
난 안 될 거야...ㅠㅠ
# 자칭 보수주의자 타칭 천박한 기득권층들의 경제논리가 '논리'일 수 없는 까닭 중에 하나는 '경제' 하면 자동적으로 '성장! 우왕ㅋ굳ㅋ' 하고 파블로프의 개처럼 반응한다는 데 있다. 여기에는 그 끝간데 없는 성장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과연 성장의 연쇄가 궁극적으로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고민 자체가 결여되어 있다. 성장이 멈추거나 미미하면 인간은 과연 불행해지는가?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많은 않다는 것은 무수한 인류학적인 통찰 속에서 엿볼 수 있다. 특히 모스의 <증여론>은 부를 축적하고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나눔으로서, 그리고 또 어떤 경우에는 심지어 파괴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을 행복하게 하고 사회를 안정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발군의 논리로 전개하고 있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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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론>이 지금 바로 옆 책장에 꽂혀 있고 보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지만
시급히 봐야 하는 책이 한 두 권이 아니고 지금은 시험기간이잖아?
난 안 될 거야 아마...ㅠㅠ
# 요즘 눈살을 찌푸릴 일이 있었다. 어떤 수업에서 다음 시간에 수업을 앞두고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학생들이 하는 질문이 참 가관이었다. "힌트 없나요?" "어떤 식으로 공부해야 하나요?" "어떤 부분은 시험에 나오고 어떤 부분은 시험에 안 나오나요?" 이것 참... 대학생이라는 사람들이, 그것도 명문대생이라는 사람들이 정말 질문 같지 않은 질문만 늘어놓고 있으니 맥이 풀렸다. 교수님도 조금 기가 막히셨는지 웃는 낯이셨지만 "차라리 내가 답을 다 써 놓고 너희들이 맞는지 틀린지만 O/X로 답할래?" 라고 말씀하셨다. 시험을 어디까지나 학점을 얻기 위한 요식행위로밖에 보지 않는 것 같아서 꽤나 씁쓸했다.
# 최근에 접한 애니메이션은 <충사>와 <느와르>이다. 두 작품 모두 마음에 든다. <충사>는 특유의 느긋한 분위기에다 일본인 특유의 세계관/종교관이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것 같아서 시험 기간이 끝나면 관련 글을 써보고 싶다. <느와르>는 여성 버디물이지만 가볍지 않고 무거운 작품이다. 주요 테마는 죄와 속죄, 그리고 윤리의 문제인데 이게 또 미묘하게 흥미를 자극한다. 게다가 OST도 훌륭하다. 역시 언젠가 관련 글을 작성하고프다.